기계 번역의 발전이 번역가에게 미치는 영향

기계 번역최근 번역계의 화제 중 하나는 성능이 향상된 구글 번역에 대한 것입니다(참고). 10~20년 전만 해도 제가 번역가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기계 번역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구글에서 도입한 ‘신경망 기계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NMT)은 이러한 기계 번역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거래 업체 중 하나에서 며칠 전에 몇 년 동안 진행해왔던 특정 기업의 프로젝트에 대하여 custom MT Engine(맞춤형 기계번역 엔진)을 적용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여 보내왔습니다. 즉, 그냥 번역했을 때와 특정 업체에 맞는 MT 엔진을 적용했을 때 처리하는 분량을 비교한 것이었습니다. 작업에는 온라인 번역 메모리(Translation Memory) 툴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번역 툴에 번역 또는 감수를 진행하는 시간을 체크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그 기능을 사용하여 통계를 낸 것 같습니다. (번역을 하다가 1~2분 정도 입력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집계 시간이 멈추는 기능이 그 툴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MT 기능을 사용했을 때 20% 정도 번역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나왔으니 이 클라이언트 건에 대한 작업의 단가를 낮추어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결국 기계 번역(MT)이 번역료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고 있네요.

번역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오히려 더 내려간 고객도 있음) 물가를 비교해보면 매우 저평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번역가들은 기계 번역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같습니다. 결국 기계 번역의 발전은 단가 인하로 이어지고 많은 번역가들이 번역을 그만 두거나 기계 번역기로 번역한 문서를 감수(검토)하는 일(“Post-editing of Machine Translation”)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클라이언트들이 보내오는 문서들의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그런 경향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창의적인 번역이나 매우 전문적인 번역 등 일부 분야의 번역은 인간이 계속 맡겠지만 나머지 분야는 기계가 번역하고 인간이 감수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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