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번역가를 양산해내는 구글번역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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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번역이 많은 발전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구글번역기로 돌린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따릅니다.

구글에서도 구글번역의 목적은 완벽함은 구글 번역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고 구글 번역 서비스는 ‘완벽함’을 목표로 삼는 대신 효율성을 높였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참고).

기술번역 분야에서는 정확성이 생명이며, 특히 의학번역의 경우 생명과 관련되기 때문에 정확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오역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번역가의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번역가(번역가인지 의심스러움)가 구글번역을 그대로 돌려서 결과물을 납품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제는 다음의 번역 관련 카페에 독일어를 모르는 번역가가 독한번역(독일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맡아서 구글번역기를 돌려서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다음, 번역된 문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쉽게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을 여기에 인용해봅니다.

작년 여름에 기술문서 독한이 들어왔는데 무작정 단어 당

150원을 불렀습니다.

독한 번역은 한 번도 안해봤습니다.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독한 번역하시는 분에게 부탁하고 수수료만 받아 먹을까

하다가 문득 구글 번역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독-영 번역을 해봅니다.

번역된 영어 문장을 보니 의미 파악하는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영-한 번역을 해봅니다.

이건 직접 수작업을 하였습니다.

번역 비용 453,600 원은 2 주 지나니 입금이 되더군요.

별 문제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과적으로 독한 번역가의 인건비를 중간에 가로챈 것 같이 되었는데,

그것도 원 발주처 고객이 이런 특성을 몰랐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글입니다.

이 글에 총 41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습니다(원문).

독일어에서 영어로 번역하면서 많은 오류가 발생하게 되고, 그것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니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번역을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독일어를 몰랐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넘어간 것 같지만, 만약 번역된 문서를 제품 설명서에 사용하여 추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글쓴이의 논리대로라면 독영번역가는 있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비록 구글번역이 발전하면서 번역물량은 줄겠지만 번역가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행위를 하고서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번역을 활용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구글번역을 사용함으로써 우선 고객과의 기밀유지 의무를 위반할 소지가 크고, 구글번역으로 번역한 문서를 그대로 이용하여 납품할 경우에는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는 번역가의 신의성실의 의무를 져버리는 결과가 되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번역이 발전함으로써 구글번역을 이용해보고 싶은 유혹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번역하기 위해 혹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구글번역에 과도하게 의지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물론 운이 좋으면 그냥 넘어가겠죠) 자기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객은 번역을 맡길 때 ‘구글번역’을 비롯한 자동번역기를 사용하여 번역하지 않도록 명시하는 것이 안전할 듯 합니다. 제가 거래하는 업체에서는 최근 구글번역기를 비롯한 기계번역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NDA(비밀유지각서)에 추가했습니다.

추가: 글을 작성하는 사이에 다른 분이 추가로 답글을 달아서 별도로 캡처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래하는 업체에서는 대부분 작업 요청서(Work Request)를 보내올 때 다음과 유사한 문구를 추가하여 구글번역을 비롯한 자동번역기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Company Name] strictly prohibits the use of Machine Translation on [Company Name] projects, specifically public domain Machine Translation tools,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Google Translate and Babelfish. The use of public domain Machine Translation tools constitutes a breach of the confidentiality and security clauses agreed to in the [Company Name] Supplier Agreement. Use of public domain Machine Translation tools will result in non-payment for the project and a breach of our contract. Depending on the severity of the breach, additional penalties or action may ensue.

공개된 자동번역 툴(구글번역, Babelfish 포함)을 사용할 경우 작업에 대한 비용을 못 받을 수 있고 계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위반이 심각할 경우 추가적인 페널티나 조치까지도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번역을 이용하여 번역한 문서를 아무런 교정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번역가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고 또 그런 행위를 자랑스럽게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번역가가 있네요. 그런 번역가는 분명 제대로 된 번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구글번역을 비롯한 공개된 자동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유지만 운이 나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심지어 송사에도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참고:

*일부 글에 제휴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기부를 통해 블로그 운영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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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Estoque 님의 말씀

    구글 번역을 번역 워크 플로에 포함시키면 시간은 상당히 단축되어서 좋더군요. 영어를 몰라서 번역기를 쓴다기 보다는 전문용어를 이해 못해서 번역기를 돌리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그럴듯하게 번역을 해주더군요.

    사실 평서문의 경우 많이 부족하다고 여전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문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더군요. 아마도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문장이 작성되어서 그럴것 같습니다.

    그런데 독> 영 > 한으로 번역한 사람은 정말 배짱도 좋네요 ㅋㅋ

    1. Word 님의 말씀

      안녕하세요?

      그동안 많이 바쁘셨던 것 같네요.

      현재 전문 번역가들 사이에는 구글 번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편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편으로 갈리는 형국입니다. 저처럼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고요. 하지만 제대로 된 번역가들은 구글번역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래하는 큰 업체에서는 구글번역 등 자동번역기의 사용을 엄금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점진적으로 번역 비중을 줄이면서 번역을 그만둘까 생각 중입니다. 번역 단가 인하 압박이 들어오고 있고 번역 물량도 1년 전과 비교하여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업체를 찾아나서야 할 시기 같지만… 이제 번역 자체를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IT, 컴퓨터 등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일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제가 주로 하는 분야가 의료기기 등 제법 어려운 분야라서 번역 자체가 점점 재미 없어지고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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