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번역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기회
최근 구글 번역을 위시한 기계번역의 발전으로 번역계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나 앱에 들어가는 짧은 문자열(String)의 경우 구글 번역이 (비록 한계는 있지만) 비교적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면, 테스트해볼 수록 황당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한편 간밤에 재미있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기계번역기로 번역한 텍스트를 에디팅하는 작업(machine translation post edit project)인데요, 사용자가 생성한 텍스트를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텍스트 규모가 각 언어당 100만 단어에서 150만 단어이고 언어 방향도 14개나 되네요. 이런 텍스트의 경우 보통 비용 부담 때문에 번역할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기계번역이 발전하면서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림이 따라 중요성이 떨어지는 문서/텍스트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제가 2년 전에 작성했던 "향후 기술 분야 번역의 방향"이라는 글에서 그런 추세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 유형의 작업은 양날의 칼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존 번역 분야에서 단가 인가로 이어질 수 있는 파급 효과가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비용 부담 때문에 번역할 엄두를 내지 못한 문서나 컨텐츠를 기계번역을 활용하여 저렴한 비용에 번역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시하는 단가는 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문의를 해보니 텍스트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면 된다고 하네요. 그런 경우라면 Proofreading에 가까운 작업으로 하루에 많은 분량을 처리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업 성격상 높은 품질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죠.
단가를 본래 이야기했던 단가의 절반으로 해줄 수 있냐고 해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본래 언급했던 단가도 황당한 수준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누가 일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번역 비용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 같아 아쉽네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