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분야의 학위나 자격증을 지닌 리뷰어에게 번역 검토를 맡겨야 할까?

Last Updated: 2018년 01월 23일 9개 댓글

관련 분야의 학위를 지니고 자격증을 지닌 사람만이 해당 분야의 번역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어 여기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전문 번역가가 번역을 한 후에 해당 분야의 유자격 전문가가 검토를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과 인력 풀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 번역회사에서 근무할 때, 종종 로펌이나 의료기기 업체에서 번역을 맡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로펌의 한 변호사 분은 번역을 맡기면서 '내가 번역을 할 수가 있지만 내가 시간당 25만 원을 받아'라고 하더군요.ㅎㅎ 실제로 시간당 비용은 변호사마다 다르겠지만 번역가나 검토자의 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을 것입니다.

번역에서 검토를 맡기는 경우 시간당 20,000원에서 35,000원 내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시간당 25달러~35달러 정도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번역업체나 일반 기업에서 시간당 25만 원씩 주고 검토를 맡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번역가에게 비용을 주고 용어를 정리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무료로 시키는 업체도 있습니다. 만약 작업 규모가 매우 크면 무료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용어를 정리한 다음 고객사에 보내거나 전문가에게 보내어 검토한 후에 승인된 용어집을 사용하여 번역하면 용어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정리하여 고객이나 전문가에게 보내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원문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을 작성할 때 오류가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문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면 그런 사항도 정리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도, 초기에 정리한 용어에 문제가 있으면 번역 전문에 그 문제가 존재하게 됩니다. 또, 요즘은 TM(번역 메모리)을 많이 활용하는데, 기존 TM에 잘못된 번역이 포함되어 있으면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전문가라고 해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아니고 언어적인 측면에서 모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번역 관례를 벗어나 비합리적인 수정 요구를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멀쩡한 번역을 더 엉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던 고객이 왕이고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야 나중에 별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이 비합리적이면 저는 '그렇게 수정하면 문제가 된다'는 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해줍니다. 경험상 이 방법이 최선 같습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번역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번역업체는 QA 프로세스에 따라 번역을 진행합니다. 가령, 제가 거래하고 있는 한 업체는 용어집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번역 -> 교정(Editing) -> 검수(Proofreading) -> 고객사 내부 리뷰어에 의한 검토(옵션) -> 에이전시 QA 담당자 검수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9 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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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번역쪽도 인맥등등... 많이 지저분한 것 같습니다.

    아니 무슨 이런 자격도 되지 않는 사람이 어벤저스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번역하나요?

    http://www.nocutnews.co.kr/news/4961329

    "It's the end game now." 유튜브에서 본, "아직 한방 남았다." 가 가장 적절하고 멋있는 번역같은데, 이 박지훈이라는 번역가는 이걸 "이제 다 끝났어" 라고 번역했답니다. 참나.. 대략 어이가 없습니다.

    "end game" 같은 일상적인 표현도 모르는 사람이 번역가? 무슨 인맥같은게 있으니 이런 수준미달의 번역가에게 일감이 몰리는거겠죠?

    이 인간 도대체 뭔가 싶어 지금 찾아보니 자기 입으로도 번역은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말했답니다. ㅋㅋㅋ 미친...

    https://namu.wiki/w/박지훈(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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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영상번역은 전혀 하지 않지만 시간이 쫓기다 보면 오류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검토자를 두어서 2중, 3중으로 검토를 마쳐서 오류를 최소화해야겠죠.

      번역 관련 카페에서는 여기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어떤 분이 어떻게 번역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겠다는 글을 남긴 것이 유일하네요.

      오후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4D로 볼 예정 입니다.

      일주일 전에 예매를 해 둔건데 4월 25일 개봉날부터도

      자리가 없더군요

      자막번역이 오역이 났다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한번 직접 가서 제 눈으로 확인해 볼랍니다.

      이것도 혹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인지는 모르겠네요.ㅎㅎ

      사실 어떤 번역이든 작심하고 찾아보면 오류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스티븐 잡스 자서전을 번역한 분의 번역을 전문 번역가도 아닌 사람이 문장 하나 하나를 대조하면서 오역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번역가들의 책을 비판하면서 유명해진 그 분이 '오역 10개 이하에 도전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심리학 책을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번역을 제가 몇 페이지만 분석해보니 번역이 수준 이하이고(아예 전문 번역가의 번역이 아님) 각 페이지마다 오역이 없는 페이지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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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 Strange 가 어떤 캐릭터인지 약간의 사전지식만 있다고 해도, it's the end game now 라고 말한 대사가 어떤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 거고, 또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을 밝히는, 그냥 별 의미없는 흘러가는 대사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분개하는 것 같습니다. 또 어느 한 부분을 꼬집어 문제를 삼기 보다는 영화전체의 전반적인 번역내용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 영화의 번역이 매우 이상함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번역비용 때문에, "2중, 3중으로 검토를 마쳐서 오류를 최소화" 는 방안은 현실적이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 번역가 분, 영국에서 유명해지셨네요. ㅋㅋㅋ

        ‘Even for ordinary people who don’t speak English fluently, it’s easily recognizable that this translator’s English doesn’t even reach a basic level,’ according to the petition, the Korea JoongAng Daily reported.

        In one instance, the report stated, Nick Fury, played by Samuel L. Jackson, almost swore with the word ‘mother…’ but the Korean subtitle used the literal translation for ‘mother.’ In another scene, Doctor Strange said, ‘end game’ but the Korean translation read ‘there’s no hope.’

        http://metro.co.uk/2018/04/28/korean-moviegoers-complain-of-mistranslation-of-avengers-dialogue-7504548/

  2. 원칙적으로 TEP 즉, 번역(Translation) -> 교정(Editing) -> 검수(Proofreading) 프로세스에 따라 번역 품질을 유지해야 하지만,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번역(Translation) -> 검수(Proofreading) 또는 번역(Translation) -> 교정(Editing) 과정만 거치는 업체가 많습니다. 일부(혹은 대다수?) 업체들은 번역가의 번역을 검토 없이 고객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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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워드프레스 정보 잘 받아 보고 있습니다. ^^ 회사에서 소트트웨어 매뉴얼 번역도 하고, 개인적으론 요즘 책번역 중인데... 번역료를 시간당 받을 경우 번역자의 능력에, 아니면 내용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천차만별일텐데.. 어떤 기준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전에 책 번역할 때 출판사는 페이지 당으로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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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출판 번역의 경우 예전에는 원고지 기준으로 했는데, 요즘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요즘 추세는 단어당 기준입니다.
      영한번역의 경우 국내에서 단어당 35원~50원 사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출판번역의 경우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세 계약도 있을 수 있고, 매절로 할 수도 있고요.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계약을 하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출판번역의 경우 번역료를 받는 시점도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이 되면 주겠다식으로 계약하면 나중에 출판이 안 되면 못 받게 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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