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분야의 학위나 자격증을 지닌 리뷰어에게 번역 검토를 맡겨야 할까?

4

관련 분야의 학위를 지니고 자격증을 지닌 사람만이 해당 분야의 번역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어 여기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전문 번역가가 번역을 한 후에 해당 분야의 유자격 전문가가 검토를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과 인력 풀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 번역회사에서 근무할 때, 종종 로펌이나 의료기기 업체에서 번역을 맡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히 로펌의 한 변호사 분은 번역을 맡기면서 ‘내가 번역을 할 수가 있지만 내가 시간당 25만 원을 받아’라고 하더군요.ㅎㅎ 실제로 시간당 비용은 변호사마다 다르겠지만 번역가나 검토자의 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을 것입니다.

번역에서 검토를 맡기는 경우 시간당 20,000원에서 35,000원 내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시간당 25달러~35달러 정도를 청구하고 있습니다.

번역업체나 일반 기업에서 시간당 25만 원씩 주고 검토를 맡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방안은 없을까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번역가에게 비용을 주고 용어를 정리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무료로 시키는 업체도 있습니다. 만약 작업 규모가 매우 크면 무료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용어를 정리한 다음 고객사에 보내거나 전문가에게 보내어 검토한 후에 승인된 용어집을 사용하여 번역하면 용어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정리하여 고객이나 전문가에게 보내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원문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을 작성할 때 오류가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문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면 그런 사항도 정리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도, 초기에 정리한 용어에 문제가 있으면 번역 전문에 그 문제가 존재하게 됩니다. 또, 요즘은 TM(번역 메모리)을 많이 활용하는데, 기존 TM에 잘못된 번역이 포함되어 있으면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전문가라고 해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아니고 언어적인 측면에서 모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번역 관례를 벗어나 비합리적인 수정 요구를 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멀쩡한 번역을 더 엉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던 고객이 왕이고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야 나중에 별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사항이 비합리적이면 저는 ‘그렇게 수정하면 문제가 된다’는 점을 확실히 지적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해줍니다. 경험상 이 방법이 최선 같습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번역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번역업체는 QA 프로세스에 따라 번역을 진행합니다. 가령, 제가 거래하고 있는 한 업체는 용어집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번역 -> 교정(Editing) -> 검수(Proofreading) -> 고객사 내부 리뷰어에 의한 검토(옵션) -> 에이전시 QA 담당자 검수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Related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