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레드오션인가?

예전에는 컴퓨터, IT 번역이 많았지만 번역 분량도 많이 줄고 경쟁도 심해서 단가가 많이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의료 기기, 장비 분야의 번역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IT 분야의 경우 진입 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쉽게 진입할 수 있지만 의학은 특수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번역가들이 선뜩 나서기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번역은 레드오션인가?

저는 번역업체에서 의학번역을 장기간 검토하다 보니 이 분야의 스타일과 용어에 익숙해져 있어서 의외로 쉽게 진입이 가능했습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나 할까요...

사실 의사가 직접 번역하면 가장 좋겠지만 단가가 맞지 않을 뿐더러 의사는 환자 돌보는 일을 해야지 번역을 업으로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학번역이라고 하면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제가 다루는 분야는 기계가 많이 관련되기 때문에 의학은 조금 부수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오늘 생소한 의학용어를 검색하다가 조금 특이하게 번역된 의료기기 매뉴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의료기기 매뉴얼은 하나의 문서의 여러 언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평범한 포장 문구인데요...

Keep away from sunlight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네요.

무광선 보관

햇빛을 멀리 하라는 의미인데요. '무광선 보관'이라고 하니 많이 어색하네요.

이 문서의 다른 번역도 매우 엉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European Authorized Representative - 유럽 허가 의원

Recommended Cable - 추천된 전선

의학문서라서 '의원'으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고, 의료장비를 판매하는 대리점 정도의 의미입니다. 위 문구는 '유럽 공인 대리점' 정도가 무난할 것 같고, 아래도 평범하게 '권장 케이블'로 번역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전을 가지고 번역했는지 몰라고 간혹 이상한 번역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조선족들이 번역하여 망신을 당하는 사이트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선족이 번역하면 단어의 의미 그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center"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보센터, 의학센터 등과 같이 '센터'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중심'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조선족이 번역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구글번역이 많이 개선되어서 활용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난해한 문장이나 긴 문장을 구글번역기에 넣어서 테스트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이상하게 번역되어 나옵니다. 평이한 문장인 경우 일반인이 번역한 것보다 잘 된 번역이 제법 있지만 간혹 전혀 엉뚱하게 번역하는 경우도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긴 문장의 경우 일부를 통째로 번역하지 않거나 완전 반대의 의미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번역분야가 레드오션이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번역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므로 나이 든 기존 번역가들은 생각보다 더 오래 번역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기계번역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개선될 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번역을 하면서 구글번역을 이용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번역업체에서는 구글번역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구글번역기에 입력하는 데이터를 구글에서 수집하기 때문에 민감한 내용은 구글번역기에 입력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구글번역 이용 시 주의 사항").

번역은 레드오션인가?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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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의료 관련 용어는 어려울 뿐더러 정작 의사들도 영어/ 라틴어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서 번역일을 맡긴다고 해도 딱히 더 나을것 같진 않습니다.

    군대 시절에 친했던 군의관의 집에 놀러간적이 있는데 의사들의 공부량도 엄청나지만 의료서적이 전부다 영어로 되어있다는것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분명 제목은 한글인데 내용은 전부다 영어더라고요. 사실 번역이라는 것은 영어를 잘해야 되는게 아니라 한국어를 잘 해야 되는 거라 전직 의사분들이 번역한다고 해도 전문 번역가보다 딱히 더 뛰어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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