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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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여러 인문·과학 도서를 번역한 노승영 씨와 장르 소설을 주로 번역하는 박산호 씨가 함께 쓴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책이 지난 8월에 출간되었습니다. 번역가의 삶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 같습니다.

단어 하나를 둘러싼 고뇌부터 번역료 이야기까지

구석구석 남김없이 확실하게 들여다본 번역의 세계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의

언어로 세우는 세상 이야기

말을 깁고, 짜고, 엮는 번역가들의 치열한 시간을 탐험하다

베테랑 전문 번역가들이 풀어놓는 텍스트 분투기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

우리나라 출판번역 분야가 열악한 편이라서 출판번역가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기업체에서 의뢰하는 번역을 했지만, 처음 시작은 출판번역이었습니다. 당시 유명한(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번역학원에서 6개월 정도 번역을 배운 후에 두꺼운 책을 받아 번역했지만 번역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교수 이름으로 책이 출간되었더군요.ㅠㅠ

번역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사회의 쓴 맛을 보았다고 해야 하나요? 하여튼 일을 시키고 돈을 안 주려고 하는 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무이하지 않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전 중국업체와도 거래하고 있지만 돈을 떼여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유독 우리나라 업체들하고 거래하면 돈을 잘 안 주려고 하고, 심지어 돈을 떼이기까지 합니다.

최근 구글번역을 위시한 기계번역이 장족의 발전을 하면서 번역 분야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이제 기계번역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기계번역한 문서를 검토해달라는 작업이 조금씩 있었습니다. 그런 작업(Post-editing이라고 함)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올 초에 최대 거래업체가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바람에 한 순간에 최대 거래업체가 날아갔습니다. 몇 년 동안 꽤 많은 번역을 했고 Preferred Translator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비용 앞에서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번역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단가가 그리 높지 않지만 국내에서 덤핑 수주하는 바람에 단가가 계속 하락 추세 같습니다.)

번역을 처음 시작하면 실력을 인정받기까지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번역 물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일이 몰릴 때는 밤샘 작업도 해야 할 정도지만, 일이 없을 때는 1~2주 이상 놀 수도 있습니다. (저는 무리하여 일을 받지 않습니다만,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일이 있을 때 무리하게 일을 받는 번역가들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병원비로 더 많은 돈이 나가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생각은 사명감을 가지고 번역을 한다면 열심히 하여 성공할 수 있겠지만, 생계 수단으로는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번역할 언어 실력이면 꼭 번역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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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건
  1. 열매맺는나무

    저도 결혼하고 얼마뒤 퇴직하면서 번역쪽으로 솔깃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육아와 다른 일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도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한때 책과 영상물 번역을 했었지만 정말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어떤 일의 이면을 다룬 책은 보통 사람들이 읽기에 참 흥미진진합니다. 자기 일이 아니니까요. 전문가/관계자들이 읽기에는 어떨지 그 느낌도 궁금합니다.

    1. Word

      영상번역의 경우 물량이 많지 않고 일부 번역가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진입하기가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책번역의 경우, 우리나라 출판사들이 열악하다 보니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 책번역할 때 계약을 잘못하면 번역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요. 가령 ‘책이 출간되면 돈을 주겠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책이 출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계약이 됩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번역 카페에서 별 얘기가 없습니다. 그냥 무관심하다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