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업체(에이전시)와 일을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거치는 절차 중 하나로 번역 테스트 혹은 샘플 테스트가 있습니다.
보통은 며칠 기한을 주지만 어떤 곳은 24시간 안에 샘플 테스트를 완료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분량은 200단어에서 400단어 내외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업체는 자체 QA 절차를 마련해놓고 있고, 처음 거래하기 전에 반드시 샘플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한 때 전성기(?)를 구가할 때에는 샘플 테스트를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통과를 했지만 실제 거래 관계로 이어지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단가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실시하기 전에 단가부터 물어봅니다. 단가를 물어보는 것을 꺼릴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먼저 페이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물어보지 않나요?
근래에 들어서는 샘플 테스트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에 미국의 한 대형 번역업체로부터 영한번역 테스트에 응해서 합격한 것이 가장 최근의 테스트인 것 같습니다.
그 업체는 Wordfast라는 번역 툴을 사용하는 업체였습니다. Wordfast는 트라도스(Trados)에 비해 그다지 많이 사용되는 툴은 아닙니다. 그 업체와 거래하기 위해 Wordfast까지 구입(그 업체가 Wordfast 파트너여서 5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지만 당시 바빠서 실제 거래는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Wordfast 구입값만 날린 셈이 되었습니다. 간혹 잘못된 투자를 하게 되네요.
오늘 번역 관련 카페에 개인 프리랜서에게 번역을 맡겼다가 엉터리 번역으로 문제가 된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거래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1페이지 정도 샘플 테스트를 요구하거나 유료로 번역시킨 후에 품질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번역이 이상해서 클레임이 들어왔습니다.
목차를 neck tea 라고하고
초록을 green이라고하고
본론을 bon theory
서론을seo theory
등등 너무 심하네요... 제가 영어를 할줄몰라 의뢰를 했다가
이렇게 번역을하고 환불도 못하겠답니다 딱봐도 번역기쓴거같은데 그렇게 돈달라고 독촉만하더니
목차를 neck tea라고 번역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목차"를 구글번역기에 넣어보니 "Contents"라고 번역하네요. 어떻게 구글번역기보다도 형편없는 번역을 하면서 번역가 행세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진짜 허접한 번역기는 자기 사전에 없는 단어의 경우 음절별로 짤라서 번역을 하는짓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한때 육회 = Six times, 새우 튀김 = New right fries 라는 말도 안되는 번역이 나돌곤 했죠.
한 단어나 두 단어로 된 짧은 문자열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새우 튀김은 의미가 확실하지만 "육회"라고만 놓고 보면 이것이 음식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으면 혼동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로컬라이제이션에서 이런 문제가 많이 나타납니다.
가령 left의 경우 "왼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5 days left"처럼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문맥/상황을 모르고 번역하면 "5일 왼쪽"과 같은 황당한 문구를 소프트웨어에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ㅎㅎ
참고로 샘플 번역 테스트를 하는 경우 번역 후에 한번 체크하고, 반드시 맞춤법 검사를 한 후에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쉬운 데서 맞춤법이 틀리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내기 전에 읽어보고 말이 안 된다 싶으면 완전히 다른 각도로 번역해보는 것도 좋습니다.(읽어보고 말이 안 되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번역가들이 번역한 테스트 번역을 체크해주는 일을 맡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일은 무조건 거절하고 있습니다.
외국 회사에서 리뷰어로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샘플 번역 평가할 때 일감을 나누게 될까 봐 일부러 낮게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리뷰어는 엉터리 리뷰어 같습니다.
제가 거래하는 업체는 Error 유형을 지정하고 오류의 심각성 정도를 Minor, Major, Critical 등 3단계로 구분하여 엄격하게 체크합니다. 번역가는 리뷰어의 평가에 대해 이의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업체와 일하면 피곤합니다. 번역한 문서를 보내면 리뷰어가 똑같은 방식으로 내 번역을 평가합니다. 어쩌다 이상한 리뷰어가 걸리면 대응해주는 것도 쉽지 않고... 그러다 보면 번역 자체가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