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하다 보면 100~200단어 미만의 소량 번역건을 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최소 비용 혹은 최소 단가(Minimum Charge)를 청구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Minimum Charge를 포기하고 분량에 따라 비용을 받으라고 요구하거나 요청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견 1단어를 번역했으면 1단어에 대한 비용을, 100단어를 번역했으면 100단어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번역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한참 집중해서 번역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의뢰건을 받으면 집중력이 분산되고, 더구나 번역을 했는데 1000원 혹은 심지어 100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봅시다. 1000원짜리 일을 100건을 받아도 10만원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해서는 정말로 밥먹고 살기 어렵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몇 단어 되지 않는 경우 무료로 해 줄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1달러 내외를 받는 것은 기분도 좋지 않고 이런 것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인보이스(송장)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특히 이런 소량 번역건을 많이 맡으면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또 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거래처가 아니면 Minimum Charge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업체와는 거의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가급적이면 미니멈 차지를 낮추어서 어느 정도의 하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긴급하게 일을 요구하는 업체들도 간혹 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심한 것 같습니다. 사실 긴급하게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 '긴급번역료' 혹은 '급행료'(Rush Rate)라 하여 할증이 되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고객사가 Rush하니까 비용을 올려주겠다고 하면 표준 비용보다 더 높게 받기도 합니다.
오늘은 아주 소량의 번역물을 보내오면서 15분~30분 이내에 해 달라고 요청하는 업체가 있었습니다. 급하게 30분 이내에 해 달라고 하면서 Minimum Charge를 받지 말라고 요구하니 기분이 살짝 언짢아졌습니다.
이런 소량 번역건을 가끔씩 보내오면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도) 해줄 수 있지만 이 업체는 자주 이러네요.
번역을 하다 보니 점점 번역가들에게 안 좋은 방향으로 관행이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최소 단가도 이전에는 꽤 높은 편이었지만 이 비용도 계속 하락 추세에 있고, 심지어 단어별로 청구하라고 요구하는 업체도 많아지고요. 특히 최근에는 기계 번역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고 머지 않아 번역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더 염려가 되네요.
이와 비슷한 문제가 번역 관련 카페에서 제기된 적이 있어서 잠시 생각이 나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결국 소량 번역건을 보내오는 업체가 얼마나 내게 중요한가를 판단하여 봉사를 해 줄 것인지, 아니면 최소 단가를 요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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