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문 매뉴얼을 다국어로 번역하는 조그마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영문을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포르투갈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그리스어, SLOVENSKY(슬로바키아어?), 스웨덴어, 체코어, 폴란드어, 러시아어, 헝가리어, 터키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아시아권 언어 중에서 그래도 한국어가 포함되었네요.ㅎㅎ 일본어가 항상 한국어보다 먼저 표시되는데 이 작업에서는 일본어가 빠졌네요.
이 번역 작업은 번역을 한 후에 리뷰어 검토, 클라이언트 검토, 에이전시 QA 담당자 검토 등 여러 단계를 거쳤습니다. (업데이트 작업인데 기존 번역에 오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번역된 분량에 대해서는 비용이 지불되지 않아서 미리 번역된 부분은 읽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눈에 띄는 오류는 수정해주었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여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리뷰어가 검토를 끝낸 것을 다시 고객 담당자가 검토를 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엉터리로 수정해달라고 몇 가지 변경 요청을 해왔습니다. 이런 경우 예전 같으면 그렇게 수정하면 안 되는 이유를 장황하게 작성하여 보내었지만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일일이 이의를 제기해도 결국에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수정해라"고 결론이 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매뉴얼 안에 모든 언어가 다 포함되는데, 시작 부분에 언어 이름이 표시됩니다. 영문을 가지고 번역했기 때문에 당연히 번역할 영문은 'English'입니다. 이것을 해당 국가의 언어 이름으로 번역을 해주어야 합니다. 가령 스페인어의 경우 ESPAÑOL로 번역이 됩니다. 한국어의 경우 당연히 '한국어'가 되겠죠.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고객 리뷰어가 English를 왜 '한국어'로 번역했느냐면서 '영어'로 수정하라고 합니다. 친절하게 '한국어=Korean'이라는 코멘트까지 붙이고서요. (아마 고객사 리뷰어는 번역을 체크하면서 내가 English와 Korean도 구분 못하는 엉터리 번역가로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달 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여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아마 같은 담당자인가 봅니다. 그래서 그대로 수정해주었습니다. 결과는요?
다른 나라 매뉴얼은 모두 제대로 된 언어 이름이 표시되지만 '한국어' 매뉴얼은 이제 '영어' 매뉴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 말고도 "English"를 문자 그대로 번역한 언어가 하나 더 있네요. ENGLANTI라고 되어 있는 데 이 단어는 핀란드어로 "영어"에 해당하는 표현 같습니다.
번역을 오랫동안 하면서 별의별 고객을 다 만나봅니다. 그 중에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고객도 있습니다. 예전에 제록스 브로셔를 2~3년 정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브로셔 번역은 정말 어렵습니다. 매뉴얼(사용 설명서) 번역이 쉬운 편에 속하고 마케팅 자료는 번역하기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그 당시 프린터 브로셔를 번역하면서 고객사 리뷰 담당자가 보내온 수정 사항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만나는 고객 담당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네요. 오히려 멀쩡한 번역을 엉터리로 만들어버리고...
참고로 다국어로 매뉴얼이나 사이트를 구축하려는 경우 먼저 영문으로 컨텐츠를 작성한 후에 각국 언어로 번역시키는 것이 품질을 유지하는데 유리합니다. 혹은 한국어를 영문으로 번역시킨 후에 각국 언어로 번역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터키어 등으로 직접 번역하는 것보다 한국어->영어->터키어로 번역시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한국어에서 특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 풀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어->영어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은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영어에서 특수어로 번역하는 번역가 풀도 풍부하고요. 이 블로그의 "괜찮은 다국어 번역 서비스 추천"이라는 글을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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