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앞머리는 무성하지만 뒷머리는 대머리이고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앞머리가 무성한 것은 누구나 기회를 붙잡게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기회가 지나가면 붙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고,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카이로스의 외모는 '기회'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회에 직면했을 때에는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고, 지나고 난 후에야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회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겠죠.
이와는 별개로 (혹은 '기회'와 동일한 의미로)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 주는 '계기'가 있습니다. 또 다른 표현으로 마일스톤(Milestone) 혹은 터닝 포인트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계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릴 적에 아침마다 민병철 생활영어를 즐겨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택시기사분이 나와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했습니다. 진행자가 그 기사분께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 하냐고 물으니, 그 분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기사분은 본래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외국인이 자신의 택시에 타서 영어로 뭐라고 하더랍니다. 택시기사분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호텔'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입니다. 그래서 '무신 호텔?'이라고 물었더니 외국인이 "No, not 무신호텔. 조선호텔."(정확한 호텔 이름은 기억이 가물하네요)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기사분이 느끼게 된 것이죠. 영어가 별 것이 아니네... 나이가 비록 들어 영어공부할 나이가 지났지만 그때부터 노력하여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어떤 '계기'로 인해 동기를 부여받아 노력을 한 끝에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간혹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잘 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위의 이야기를 해 줍니다. 의무감에서 공부를 하다 보면 금방 지치고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지만 어떤 동기를 부여받아 공부를 하게 되면 지치지 않고, 결국에는 그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 인생 이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Chance(계기 혹은 기회)를 Change(변화)로 바꾸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