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에서 중국의 커제(柯潔·18) 9단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중국이 강세를 보이는 듯 합니다. 바둑도 아마 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득세하던 바둑을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이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다가 이제는 중국이 저력을 발휘하는 듯 하네요.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당시 학과에서 '바둑'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군대를 다녀 온 선배 중에서 몇 명이 당시 1~2급의 실력으로 점심 때마다 바둑을 두곤 했는데, 저를 비롯한 몇 명이 합세했던 것이죠. 당시 5급(동네 바둑 기준으로) 정도였던 저는 늘 선배들에게 열세였지만 졸업하고 지난 후에 꾸준히(?) 바둑을 연마한 끝에 비록 인터넷 급수 기준이지만 아마 3단(잘 될 때에는 4단 이상)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습니다(기원 기준으로는 아마 5급도 안 되지 않나 생각되네요).
하지만 아마 3단(인터넷 바둑 기준)까지 가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당시 바둑 책도 사서 보고 일요일 오전 일찍 TV에서 바둑 프로그램을 즐겨 봤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모니터 앞에서 바둑을 두기 일수였죠. 잘 될 때에는 연승하다가, 또 안 될 때에는 연패하는 게 바둑입니다. 몇 판을 내리 지면 이제 절대로 바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타이젬, 천리안 바둑 등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탈퇴까지 했지만 그것도 길어야 한 달을 못 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천리안에 전화를 걸어서 천리안 바둑에 다시는 가입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타이젬은 아마 탈퇴하면 일정 기간 내에 재가입이 안 되었지만 천리안 바둑은 탈퇴해도 곧바로 다시 가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탈퇴하고 재가입하고를 반복했기 때문에 전화까지 걸어서 영구적으로 탈퇴시켜달라고 요청했던 것입니다.)
바둑을 절대로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 바둑은 시간 도둑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열정과 그 시간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쏟다 부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바둑을 일컬을 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을 흔히 인용합니다. 정말로 바둑에 빠지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몰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10년 전에 바둑을 완전히 끊고 일절 바둑에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토요일과 일요일에 남는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둑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적인 사람들에게는 스포츠나 다른 활동적인 동적인 취미를 가질 것을 권장합니다. 저는 정적인 편인데 바둑까지 두면서 몇 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은 취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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