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장롱 속의 하드 디스크

어제 의료 관련 번역 프로젝트에 지원했는데 클라이언트가 의료 분야 번역과 관련하여 경험이 있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이력서를 작성해놓고 해가 바뀌면 연도만 바꾸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력서 내용을 갱신해주어야 하지만 번역을 수행한 큰 프로젝트는 대부분 과거의 것이라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력서를 보내주면서 경험이 많다고 언급했는데, 이력서를 보니 샘플 번역의 링크가 사라졌네요. 천리안 FTP 서버에 각종 자료와 함께 번역 샘플을 올렸지만 천리안에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없애는 바람에 개인 홈페이지와 함께 자료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에 뒤늦게 자료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천리안에 연락하니 복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그래도 번역 샘플만이라도 찾고 싶어서 백업을 해놓은 DVD와 외장 하드 디스크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DVD에는 대부분 프로그램과 영화 같은 자료만 있어서 장롱 속 깊이 잠자고 있던 외장 하드 디스크를 꺼냈습니다.

백업 하드 디스크

요즘은 이런 외장 하드를 구경하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드 디스크의 내용을 모두 살펴보아도 원하는 자료가 없네요. 다만, 2000년(혹은 2001년) 쯤에 개인적으로 의뢰하여 만든 개인 홈페이지 소스를 찾았습니다.

번역 포트폴리오 사이트

당시에 HTML이나 이런 것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에게 의뢰하여 만든 사이트입니다. 개인용 사이트이기 때문에 화려하지 않고 깔끔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회사용 사이트를 만드는 비용의 절반 정도 들었는데 개인용 사이트로서는 꽤 많은 투자를 한 셈입니다. (Matthew님이 보시면 뭐 저런 허접한 홈페이지를...하면서 타박하실 것 같네요ㅎㅎ)

하지만 저처럼 비용을 들여서 개인용 사이트를 만들 생각을 한 번역가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요즘같이 HTML 템플릿이나 워드프레스 테마를 사용하여 저렴한 비용에 전문적인 레이아웃의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고, 개인으로서는 나모 웹 에디터와 같은 에디터를 사용하여 HTML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바다엔폴드와 같은 워드프레스 테마를 구입하여 데모를 올려서 조금만 수정하면 전문가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의 사이트를 만들 수 있으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개인용 사이트로는 꽤 투자를 했지만 저 사이트로 간간이 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크롬에서 여니까 사이트의 일부 레이아웃이 깨져 나오네요. 회사 사이트는 전문가에게 맡겨서 플래시로 만들었는데, 요즘 브라우저로 여니까 더 심하게 깨져서 나오네요.)

당시 경험을 통해 무엇인가 얻기 위해서는, 직접 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개인용 사이트를 만들 필요가 없었고, 더구나 저는 HTML이나 이런 분야에 대해 당시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번역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이고 홈페이지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번역의 경우 젊었을 때에는 거침이 없다가 나이가 들면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혈기가 넘칠 때에는 도전적으로 임했지만 이제는 문서의 내용을 따져서 자신이 있는 것만 맡게 되네요.)

오늘은 뜻하지 않게 추억의 홈페이지를 다시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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