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꽁수와 노림수

아몰랑

바둑에 정석, 꽁수, 노림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정석이란 흑백이 두었을 때 서로 균형을 이루는 수로 어느 한쪽이 유리해지거나 불리해지지 않는 수를 의미합니다. 꽁수는 수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상대방을 속이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유발하는 수입니다. 노림수는 꽁수와 달리 수가 성립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엿보아 노리는 수로서 ‘기회를 노리고 쓰는 술수’라고 일반적으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정수'라는 것도 있습니다. 함정수는 속임수(꽁수)와 같은 어거지수는 아니지만, 함정을 파서 상대가 걸려들기를 바라는 일종의 “암수”인 것입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를 보면서 대통령의 제안이 꽁수인지 노림수인지 조금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꽁수와 함정수의 중간이 아닐까입니다. 어거지 비슷하지만 야당이 잘못 대응하게 되면 탄핵은 물 건너가고 새누리당과 협상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통령이 물러갈 수 있는 방법은 탄핵이나 개헌인데, 비록 개헌을 해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또 쟁점이 된다고 하니 사실상 탄핵이 유일한 길 같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은 엄청난 노림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에서 나온 수 같지는 않습니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를 키운 결과만 가져온 결과가 되었습니다. 바둑에서 완전히 진 게임이면 세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깨끗하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국면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가 안 되면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승부수가 실패하여 도저히 이길 수 없어도 끝까지 지저분하게 두는 사람이 있습니다. 완전히 진 게임을 끝까지 붙들고 있으면 욕만 들어먹습니다.

이제 덜 험한 꼴을 당하면서 내려올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듯 합니다.

참고: 꽁수는 ‘원래는 안되는 수지만 상대를 속이거나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드는 수’라는 뜻으로 바둑 둘 때 많이 쓰는 말입니다. 주로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 의미로 씁니다. 하지만 사전에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의미가 없고,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키는 말은 ‘꽁수’가 아니라 ‘꼼수’라고 합니다(참고).

일부 글에 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파트너스 활동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 이메일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