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200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MBC 베스트극장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엄태웅과 채정안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프리츠 프리츠오트만(Fritz Ohrtmann)의 소설 《곰스크로의 여행》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입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곰스크로 가는 기차 -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사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그리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드라마를 다른 분께 추천했는데... 별로 좋은 평가를 듣지를 못했습니다.

하지마 이 드라마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예전에 여러 번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이제 찾을 수가 없네요.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간단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자마자 곰스크라는 곳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갑니다. 여자는 곰스크로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남자를 따라 마지못해 갑니다. 그러다가 간이역에서 잠시 기차가 정차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쉬다가 그만 기차를 놓치고 맙니다.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남자는 여자의 바램대로 간이역이 있는 마을에 정착합니다. 마침 학교 선생이 죽는 바람에 남자가 그 자리를 맡게 됩니다. 두 사람 사이에 두 아들이 태어나고 남자는 안정적으로 마을에 정착하지만 여전히 곰스크로 가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곰스크행 기차를 타기 위한 표값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장면이 있는데요, 거의 끝나는 씬에서 엄태웅은 이전 교장 선생(교장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음)의 짐에서 낡은 티켓을 발견합니다. 바로 곰스크행 기차표였습니다. 그 선생도 곰스크로 가다가 간이역에서 기차를 놓치고 그곳에 정착한 인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 선생도 곰스크로 가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티켓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련만 있었지 행동으로 실행하지는 못한 것이죠.

대충 위와 같은 줄거리인데요, 남자는 곰스크로 가기를 원하지만 여자는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고 결국 남자가 곰스크로 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마도 '곰스크로 가면 행복하게 살게 될까'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드라마에서 여자가 끊임없이 제기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곰스크가 어떤 물리적인 장소라고 한다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더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곰스크는 남자의 최종 목적지로써 그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자는 물론 여자 그 자체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이상향으로 가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상징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가령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을 추구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가족 혹은 기타 요소가 그 길을 방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마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는 것 같습니다. 이국적인 내용을 우리 나라 경치에서 잘 담아낸 수작입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몬트하임역'은 중앙선의 반곡역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참고


1개 댓글

댓글 남기기

*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