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orphan comment (오역과 명번역 사이의 경계)

번역을 하다가 "orphan comment"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났습니다.

이 용어는 워드프레스 다국어 플러그인에 나오는데, 컨텐츠에 속한 댓글의 언어가 컨텐츠의 언어와 다를 경우 "orphan comment"라고 하네요. 가령, 한글 컨텐츠에 영어 댓글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반사적으로 "고아 댓글"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아 댓글"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이상하고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부모 없는 댓글"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연결 없는 댓글"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종종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간혹 번역가들이 처음 사용한 용어가 잘못되었지만 널리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Object"의 번역이 될 것입니다. Microsoft 용어집에서는 이제 "개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단어는 "객체"로 많이 사용됩니다. "객체 지향 언어" - 이 용어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체 중심 언어" 정도가 무난할 것 같습니다. "객체 지향 언어"라고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이지만 "객체"와 "개체"는 확실히 의미가 다릅니다(여기 참고).

기업자원계획

또 다른 용어로 "전사적"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흔히 ERP라고 하는 이 용어는 SAP 코리아라는 회사가 독일 본사에서 ERP 제품을 국내에 들여오면서 이렇게 번역한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왜 굳이 쉬운 "기업"(Enterprise)이라는 단어를 두고 "전사적"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그리고 Planning은 "계획"이라는 의미인데 왜 "관리"라고 마음대로 바꾸었을까요?  정말로 ERP가 전사적이라는 의미대로 "기업 전체"에 적용되는 시스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업 일부에 적용하면 '전사적'이 아닌 '반사적'으로 불러야 할까요?) 어떤 분은 일본 번역을 거쳐서 들어왔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네요(참고).

번역을 하다 보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번역이란 최대한 의미가 전달되면서 좋은 표현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보이는 표현도 원어의 뜻을 훼손하면 오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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