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학원의 최대 목적은 번역가 양성이 아닙니다

Last Updated: 2017년 04월 18일 | | 2개 댓글

번역학원

번역학원의 최대 목적은 번역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창출입니다.

어제 작성한 "번역,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글에 대해 번역카페에서 어떤 분이 제 글에 대해 '이 자는 돈벌이 수단'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해서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은 번역 관련 카페에는 번역가나 번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번역업체와 번역학원 관계자도 드나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글을 잘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어떤 사심을 가지고 그 글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번역을 처음 시작하면 번역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제법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들이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유독 일을 시키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 같습니다.

번역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먼저 고려하는 곳이 바로 번역학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번역학원의 최대 목적은 번역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번역학원은 다른 학원과 마찬가지로 이윤 창출을 위해 운영되는 곳입니다.

간혹 번역학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보게 됩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왜 있을까 조금 생각해보았습니다. 바로 번역 관련 카페에 올라온 다음 글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번역학원

번역학원은 번역 강의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곳입니다. 하지만 번역학원에서는 번역학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소속번역가로 활동하도록 지원해주겠다는 말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스터디를 하거나 독학을 하거나 혹은 학원에서 강의를 듣든지 하여 번역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갖춘 후에 번역 에이전시 등을 통해 일을 시작하는 코스를 밟게 될 것입니다. 번역가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능력과 약간의 운에 따라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지만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일감을 주겠다는 말은 사실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번역학원에서 요구하는 비용이 그리 과도한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결제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많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나의 번역 역량을 높이기 위해 번역학원을 선택한다면 그리 나쁜 선택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정을 이수하면 일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학원을 선택하면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번역학원의 경우 보통 번역에이전시를 겸하기 때문에 번역 일감을 주겠다는 것은 완전히 허위는 아니기 때문에 불법(不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과장하여 과정을 이수하면 곧바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어서 학원 등록을 유도하는 부분은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한번역개발원'(대번개)에 대한 다음 오마이뉴스 기사를 한 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57960

번역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경우 문화센터나 대학에서 저렴하게 개설하는 번역 과정을 이수하는 것도 한 방법 같습니다.

돈 안들이고 번역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에 경험있는 번역가가 합류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Microsoft, Oracle, Sun Microsystems 같은 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때에는 컴퓨터/IT 관련 번역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그쪽 물량이 많이 준 것 같습니다. 혹시 IT 분야를 고려하고 있다면 다음 글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링크된 글에서 소개하는 Running Linux라는 책은 이제 중고서점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골동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IT 관련 번역서를 읽어보면서 번역이 잘 된 것 같다는 책이 있다면 선택하여 스터디 교재로 활용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번역을 업으로 삼고자 고려하는 경우 현재 번역업계의 현실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거듭 밝혔지만 구글번역기 등 AI 번역의 발전으로 번역 물량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쉬운 번역은 기계로 번역하고 번역가가 검토를 맡는 시스템으로 점차 전환되고 있고, 난이도가 높은 번역물은 어쩔 수 없이 계속 인간이 맡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제가 2년 전에 작성한 다음 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링크된 글을 작성할 당시에는 기계가 번역하고 인간이 검토하는 프로세스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는 수준이었지만 작년 알파고의 등장과 구글 번역기의 기능 향상으로 인해 이런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전체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 번역가들도 점차 번역계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산업 전 분야에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우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번역 실력이 뛰어나다면 충분히 좋은 일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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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술분야가 계속해서 세분화 되면서 특정분야 전문 번역가 수요가 늘 줄 알았는데 AI가 발달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용어 하나도 몰라도 구글 번역기가 알아서 다 번역을 해버리니...
    그렇지만 아직도 여전히 한글로 번역된 전문도서들을 볼때마다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이 종종있습니다. 완전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번역해놓은게 많더라고요
    기술분야의 서적들의 경우 전문가가 번역을 해야 잘 되는데 정작 전문가는 자기 일이 바빠서 번역할 시간이 없고, 번역가들은 전문지식이 없어서 아무렇게 번역하고 책을 보는 해당분야 전공자들은 조악한 번역퀄리티에 좌절하여 원서를 찾아보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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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옛날에는 용어를 찾으려면 도서관에 가야 하고 그래도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야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거의 모든 자료를 검색할 수 있으니까요ㅎㅎ

      한편으로 출판번역 분야가 열악한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사줘야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다 보니 책을 더 안 읽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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