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번엔 '위대한 개츠비'…이정서씨 또 번역 시비

오역 논쟁 혹은 시비?

가끔 불합리한 트집을 잡아서 논쟁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번역 시비'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의 기사가 하나 나왔네요. 굳이 기사화까지 할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번역이란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고, 번역가의 재량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야입니다. 만약 영어 원문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한글로 옮긴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굳이 번역가에게 번역을 맡기지 말고 구글번역기로 번역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어떤 문장을 열 사람이 번역하면 열 사람 모두 다르게 번역할 수 있고,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해보면:

50가지 넘는 '위대한 개츠비' 한국어판 가운데 김욱동의 번역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문장이 유려하다는 평가다. 김영하 번역본은 소설가답게 읽는 맛을 잘 살린 매끄러운 번역으로 널리 읽힌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이정서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을 '그렇게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라고 옮겼다.

같은 문장의 기존 번역은 이렇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김욱동)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김영하)

이정서는 김욱동·김영하의 번역에 대해 "저것을 읽고 읽힌다고, 명문이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치켜세우는 신하들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정서씨가 제안한 번역은 뭐랄까... 그냥 학생이 번역한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원문을 떠나서 번역문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번역을 그렇게 하면 클레임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면서 잘 번역된 문장을 가지고 오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유명 번역가들을 비판하면서 유명세를 탄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이 '오역 10개 이하에 도전한다. 오역투성이 번역에 지친 한국 독자들에게 오역이 적은 번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라고 주장하면서 번역서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번역은 전문 번역가가 보기에 번역에 대한 별 고민 없이 영어를 좀 하는 사람이 번역한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번역계의 발전을 위한다면 남의 번역에 오류가 없나 눈에 불을 밝히고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번역이 잘 된 책을 발굴하여 추천해주면 어떨까요?

저는 예전에 IT 관련 번역을 하면서 한빛미디어에서 나온 '러닝 리눅스'라는 책을 분석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용어를 익힌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번역적인 관점에서도 매끄럽게 잘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마 이제는 중고책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러닝 리눅스'를 가지고 번역 스터디를 계획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흐지부지 되었지만요...)

한 때 컴퓨터, IT 분야의 번역을 많이 했지만 이제 이 분야의 번역 물량이 많이 줄은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단가가 맞지 않아서 IT 분야의 비중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할 수 있는 분야인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요즘은 어려운 분야의 문서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가령 IT와 의학이 접목된 그런 문서를 지난 1주일 간 번역하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일부 글에 제휴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파트너스 활동으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3개 댓글

  1. 요즘 저는 제가 사용하는 한글성경인 공동번역을 온라인 reader 로 만들고 있는 작업을 주말에 하고 있는데, 성경번역도 의역 vs 직역 으로 논란이 많더라구요.

    공동번역 온라인 reader 를 작업하는 이유는, 이 공동번역을 이제는 개신교도 천주교도 쓰지 않고 있어서, (아무도 안쓰는거죠) 또 책으로도 더이상 출간되지 않고 있어서, 제가 걱정없이 평생 보려고. ㅋㅋㅋ

    그런데 제가 가장 번역이 잘 되었다고 여기는 이 공동번역도 오역이 가끔식 눈에 들어 옵니다. 원문 (구약 히브리어, 신약 그리스어) 을 보고 번역한게 아니라, 독일어 번역본을 번역한 관계로 독일어 번역본의 오역을 그대로 답습한 곳 도 있고....

    그렇지만, 그 뜻이 잘못전달되지 않는거라면 크게 문제삼을 일이 없다고 봅니다.

    1. 다른 댓글에서 실수로
      disqus 댓글을 닫았습니다. 다시 댓글을 열려고 하니 안 되네요. disqus에서 닫힌 댓글을 여는 방법이 있나요?

댓글 남기기

* 이메일 정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