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증오를 부추기는 위험한 단어

언제부터인가 "헬조선"(지옥불반도)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헬조선 - 디시위키"가 제일 상단에 검색된다. 그리고 그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현 사회/정치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온갖 불평이 담겨있다.

사실 부조리가 없는 나라는 없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한 사회는 없으며, 우리가 동경하더라도 실제 우리나라처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남미의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총으로 위협하며 강도질을 하는 곳도 있다.)

만약 아프리카의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 태어나 굶고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그곳이 천국이고 우리나라는 지옥인 것일까? 만약 시리아나 IS가 판치는 중동의 어느 나라에 태어났다면? 아니면 일자리가 없어 고등교육까지 받고서 우리나라 등으로 와서 차별을 받으면서 온갖 굳은 일을 다하는 동남아시아에 태어났다면 어떨까? 만약에 운이 좋아 미국에 태어났다고 해서 행복할까? 미국은 흑백 갈등이 심할 뿐 아니라 잦은 총기 사고 때문에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그곳도 없는 가정에 태어나고 별 볼일 없으면 힘들게 사는 것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자조적이며 자기비하적인 용어가 난무하고 있는 것일까? 현 세대가 안타까울 뿐이다.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헬조선"이라 당연하다는 투의 댓글이 너무 자주 보인다. 총기 난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는 미국은 그럼 지옥 중의 지옥이 아닌가? 일본은 어떤까?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일부 지역이 핵 방사능 때문에 사람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지금도 방사능이 나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어류 등이 오염되고 있지 않은가? 지진 등 잦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보는 그런 일본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복 받은 나라라 아닐까?

"자조"에서 "자족"으로 마음을 바꾸면 어떨까?  천국과 지옥은 결국 우리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천국]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누가복음 17:20-21)

내[바울]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립보서  4:11)

 


8개 댓글

  1. 상대적인 박탈감 때문에 헬조선 소리가 나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 제 어머니 동창분들 모인 자리에 저도 함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슨 얘기들을 하시다가, "예는, 그래도 성신여대면 명문대축에 끼지." 라고 어느분이 말씀 하시니까, 제 어머니가, "야야, 우끼지들 마라. 우리 입학때 등록금만 있으면 입학할 수 있었던게 성신여대인데, 우리가 무슨 명문대 출신이냐?" 라고 하셔서 모두들 박장대소 하셨던.....

    제 본업이 원래 변호사 였고, 오랫동안 법무법인도 운영했었고 하니 주위사람들은 일단 제가 똑똑하거나 공부를 열심히 했었을거라 assume/넘겨 짚는 분들이 대부분 입니다.

    제 평생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내신성적이 워낙 엉망이라 LSAT (로스쿨 입학시험) 에서 무조건 높은 점수를 받아야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 한 6개월동안 밥먹는 빼놓고 시험문제만 풀었던 때. 그리고 bar exam (변호사 자격 시험) 합격률이 50% 정도 되는데, 이 시험이 한번 떨어지면 재시험을 볼때마다 합격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구조라서 바짝 쫄아서 2달반정도 하루종일 밥먹는 시간 빼놓고는 시험공부만 했던...

    이렇게 두번 밖에 없습니다. 고등학교때 수업빼먹고 친구들이랑 놀러다니기 바빴고, 대학교때는 이성교제에, 크럽 (나이트) 다니는거에 빠져서 완전 정신줄 놓고 살았고....

    그래도 다들 변호사 되고, 의사되고, 사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 세대였으니까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국은 말할것도 없고, 제 큰딸이 지금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인데, 방과후 숙제만 다하는데 2-3시간 걸리고, 제 딸 숙제를 저도 옆에서 붙어서 같이 해줘야 합니다. 가끔 이 과제물을 어떻게 해가야 하나 저도 머리를 싸메고 고민해야 할 정도로 학업수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제 세대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댓가를 치루고 노력을 해야하고, 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보잘것 없는게 요즘 세대 입니다.

    제가 만약 지금세대를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아... 저는 인생을 포기하고 그냥 머리깎고 중이 되던가, 수도원에 들어가서 수사나 되던가 그랬을 겁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눈물겨운 삶을 살고 있는지, 얼마나 치열한 경쟁속에서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는지요.

    늬들은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우리때는 말이야.. 라고 입을 터는 꼰대들을 보면 정말....

    우리때는? 대충대충 공부하고 그저그런 4년제 대학들어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데모도 해보고, 이러다가 그저그런 대기업에 취업하고. 고성장 경제 덕에 월급 몇달치면 살 수 있었던 아파트/집 가격이 폭등해주는 바람에 경제관념이 개판이어도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러고 살았으면서 이제와서 무슨 고생이나 해본것 처럼, 노력이 뭔지도 모르면서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가증스러운 거짓말들을 늘어놓죠.

    1. 개인마다 경험이 다 달라서 일반화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면은 있는데요.
      제가 젊었을 때에도 사회의 구조적 모순, 차별 등이 화두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는 사회, 시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전보다 부유해졌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젊은 세대도 너무 경쟁에 치이다보니 여유가 없고...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전세계의 상황을 집약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계 뉴스를 보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1. 서민들의 삶은 언제나 힘들었습니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게 문제죠. 그리고 맞습니다.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 사회양극화를 해소한 사람은 헨리포드 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노동환경은 일주일에 6일 반을 일하고, 하루에 16시간 이상 일을 하는게 당연시 되던 때였습니다. 사회양극화가 극심한 상태였습니다.

        포드는 새로운 기술로 혁신을 가져왔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을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주었습니다.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대폭 단축했고, 일주일에 5일만 근무하도록 했습니다. 이 포드의 사내 노동환경이 현재 미국 노동법의 기초가 된 것 입니다. 그리고 이 미국의 노동법을 대한민국등 여러 나라가 답습하려고 하고 있으니 사실 포드 이 한사람이 전세계의 노동자 환경을 바꾼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Carnegie (카네기), Rockerfeller (로커펠러) 같은 사람들이 위인으로 존경받는데, 저는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 이사람들은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엄청난 부를 모은 사람들 입니다. 카네기의 경우 철강사용에 큰 기여를 하긴 했지만, 그외에 어떤 기술적인 혁신을 가져온 사람들도 아니구요.

        이 헨리포드의 영향으로 20세기 초반 부터 70년대까지 미국 중산층은 엄청난 혜택을 누렸고 윤택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망친 사람이 로널드 레이건이란 사람입니다. 제가 어렸을때 무지 존경했던 미국 대통령 입니다. 저는 언젠가 이사람 Library (기념관) 가 있는 Simi Valley 에 가서 레이건 초상화에 침이라도 뱉어줄 생각입니다.

        그 빌어먹을 trickle down economy (낙수효과) 때문에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2. 통찰력 있는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풀어야 할 숙제가 양극화 해소인데... 기득권이 더 이득을 챙기려고 하니까 그게 더 꼬이는 것 같네요. "노블레스 노블리스"를 실행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장사꾼" 마인드라서...

        Matthew님 덕분에 '죽은 아이'가 다시 살아난 느낌입니다. 아무의 관심도 받지 않더 글이 다시 살아온 느낌이네요. 여담인데, 영어에서는 아마 "dead horse"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Beat a dead horse"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3. 미국 변호사들의 다른 이름은 "problem solver" 입니다. 어떤 문제점을 관찰하고 그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는 교육을 받기 때문인듯 합니다. 저부터도 문제가 있으면 (예를 들자면 지금 Korbuddy 님 사이트 디스커스 댓글 문제. ㅋㅋㅋ)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본능적으로 생기거든요.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미국대통령 중 (44명) 25명이 변호사 출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원의원의 경우 과반수 이상이 변호사 이거나 변호사 출신 입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정치판에 뛰어드는거죠. (하지만 그 초심은 금방 변절됩니다.)

        그래서 사회양극화 문제 같은건 항상 제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거든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일한 해결책이 부/자산이 더욱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 법, 정확하게 입법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모두 기득권층 입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은 일반인이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공천받으려면 야당의 경우 5억이 필요합니다. (여당은 7억에서 10억) 이걸 공천장사 라고 합니다.

        이러니 해결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 입니다. 야당이고 여당이고, 둘다 기득권층들인데, 누가 기득권층들의 이권에 반하는 입법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미국 선거만 봐도, 전국 지지율은 버니 샌더스가 앞서는데도 예선에서 클린턴이 이기고 있는 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모든 언론사들의 클린턴 밀어주기도 상당합니다. 왜? 언론사들도 기득권층 이거든요.

        버니샌더스 같은, 평생 청렴하게 살며 재산도 하나 없는 정치인이 앞으로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버니 샌더스는 정말 서민들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기득권층 입장에서 버니 샌더스는 절대 대통령이 되서는 안되는 인물인겁니다.

        속상하고 머리아프고,... 해결방법은 없고...

        그래서 저는 왕권주의자 입니다. 저는 왕중왕이신 그분이 오시기만을 학수고대 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4. 미국 대선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그 초점이 주로 '트럼프'의 기이한 발언과 행동에 맞추어져 있는 듯 합니다.

        트럼프 같은 인물이 인기를 얻는 것 또한 분명 이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트럼프가 언론에 다루어진 것처럼 그렇게 기이한 사람이 아니라 고도로 명석(?)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개인적으로 해 봅니다.

        어떻하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세계가 재미있게(안 좋은 의미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2. 정말 공감되는 글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것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것 같아 슬퍼요.. 우리나라처럼 치안좋고,의료혜택이 저렴하며,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도 사실 찾기 힘든데 말이죠 ㅠㅠ

    1. 댓글 감사합니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행복지수는 떨어진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잘 사는 나라축에 속하지만 "매우" 잘 사는 나라는 아닌데 이상하게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의아한 면이 있네요.
      올해 설날 때 탈북자(북한 이탈 주민)들이 나온 텔레비전 프로가 생각나네요. 한 출연자가 아들이 성인이 되었어야 겨우 아들을 탈북시켜 데려왔는데, 그 출연자(여성)의 아들이 남한은 날마다 "잔칫날"과 같다고 말했다는 사연을 듣고 우리나라가 결코 불행한 곳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 안 좋은 면만 부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불합리한 면이 많기는 하지만요.)

댓글 남기기

*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