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서가 설명을 한다?

다음 예를 하나 살펴보자.

이 설명서는 다음 제품의 iOS 8.3을 설명합니다.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iPhone 설명서에 나온 표현이다. 이 문장에서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는가?

15년 전쯤의 일이다. 위와 같은 식으로 번역한 문서의 검토를 맡은 적이 있었다. 나도 이런 문장에 별로 문제를 못 느끼고 넘어갔는데 고객사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 번역이 너무 직역 위주로 되어 있단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번역 문장을 걸고넘어졌다.

언뜻 보면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껴지겠지만, 자세히 보면 “설명서”가 “설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즘은 동영상이 발달하여 설명서가 직접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다.) 어쨌든 이런 문제를 설명해준다고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이후부터는 가급적 다음과 같이 번역하거나 (검토할 경우) 수정할 것을 권장했다.

이 설명서에서는 ~에 대해 설명합니다.

어떤 표현이 용인되는지 여부는 다수의 독자가 동의하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위의 경우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최근 번역 추세라면 추세라 할 수 있는 예를 보여주지만, 간혹 까다로운 고객을 만나면 이런 부분을 설명해주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런 추세에 다소 역행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어법에 맞게 번역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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