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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창을 들고 호랑이를 사냥하러 다녔던 곳’ – 황당한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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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괴산군 산막이옛길에 설치된 ‘호랑이굴’ 표지판. 사진: 연합뉴스

충청북도 괴산군에 가면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졌지만) 유명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임각수 군수가 청년 시절 창을 들고 (호랑이를) 사냥하러 다녔던 곳’이라는 푯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갑자기 ‘임각수 군수’의 나이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1947년생이네요. 청년시절에 창을 들고 나뎠다고 하니 1970년 전후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 호랑이를 잡으러 창을 들고 다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령 호랑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사진의 표시판에는 1968년까지 호랑이가 드나들었다고 나오네요) 총도 아닌 창을 들고 사냥을 다녔다고 하니…

저는 사진 속의 표지판을 보고 수호지의 무송이라는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수호지를 읽었는 데 수호지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아도 무송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부분은 아직도 머리 속에 있습니다.

‘산막이옛길’이 아마 괴산군의 유명한 관광지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산막이옛길을 만든 임각수 군수’라는 구절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임각수 이 분이 자기 사비를 들여서 ‘산막이옛길’을 만들었는가 싶어서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네요. 오히려 이 분은 한 외식업체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의 수뢰혐의와 아들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이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고 뉴스에 나오네요(참고).

사실 이런 황당한 우상화 논란은 비단 일개 군수였던 임각수 전 괴산군 군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시조로 바꾸려는 사관이 등장하여 실제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고, 현 대통령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부정적인 내용은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대부분 좋은 내용으로만 기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이긴 하지만 조선시대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를 미화하는 내용의 영화가 히트를 치면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우상화나 미화가 북한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광복절이라는 명칭 대신에 건국절이 사용되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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